오늘은 내돈내산 제품 사용 후기 이런 게 아니라 사기 당한 후기를 써보려고 한다.
부디 나처럼 당하는 사람이 제발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
혹시 이미 사기를 당해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다가 이 글을 보게 되신 분이라면, 일단 먼저 꼭 하셔야 할 것들이 있다.
1. 카카오뱅크 접속 → 우측 하단 '전체' 메뉴 클릭 → 맨아래쪽에 '금융보안' 항목에서 '명의도용방지서비스' 클릭 → '조회하기'를 눌러 본인 명의로 개통된 번호가 더 있는지 조회해 보고 '개통 제한'을 눌러 더 이상 본인 명의로 개통되는 휴대폰이 없도록 차단할 것
2. 본인 명의로 개통된 곳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해지 신청하기
3. 금융감독원 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에 접속해서 등록하기
4. 신분증 분실 신고하고 재발급하기 (분실 신고를 해야 더 이상 신분증 도용이 안 됨)
5.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본인 명의로 새로 개설된 계좌가 없는지, 대출 건은 없는지 확인하기 (나는 토스 어플로 진행했다)
6. 본인 명의로 사업자 등록된 것 없는지 확인하기 (홈택스 > 국세증명 · 사업자등록 · 세금관련 신청/신고 > 즉시발급 증명 > 사업자등록증명)
7. 혹시 본인 명의로 네이버 인증서도 발급했다면 해당 인증서도 폐기하기
8. 구직 사이트에 신고하기 (알X몬에 신고하긴 했는데 딱히 도움될 만한 건 없음. 근데 솔직히 구인구직 사이트도 이런 사기 건에 대해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지 않나 싶긴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져 물을 정신이 없기 때문에 패스..)
9. 경찰서에 신고하기
그러면 이제 내가 어떤 식으로 사기를 당하게 된 건지 글을 써 보겠다.
나는 현재 사정상 재택으로밖에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알X몬에서 재택 알바 공고를 찾아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괜찮은 일을 하나 발견했는데, 간단히 말하면 녹음 파일과 텍스트를 대조해 보고 틀린 부분이 있으면 고치는 일이었다.
(참고로 알바 공고에는 그냥 '문서 수정 업무'라고만 적혀 있었고, 업무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자칭 '이진우 대리'라는 놈과 통화하면서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그놈한테 전화가 왔을 때는 내가 이미 여기저기 지원을 해 둔 상태라 어디서 연락이 온 건지 알려고 알바몬에 접속해서 공고를 다시 확인하려고 했는데, 그땐 이미 공고가 삭제되어 있었다. 그때 약간 '왜 삭제되었지?' 하는 의문이 들긴 했는데 일단 그놈이랑 통화를 해야 하니 그냥 넘어갔었던... 근데 다른 글 찾아보니까 그런 경우에는 사기꾼들이 "추가 결제를 안 하면 알X몬에서 공고를 삭제한다."라고 답변하는 것 같다. 하여간 아주 주도면밀한 놈들이다.)
어쨌든 알X몬이라는 누가 들어도 알 법한 구인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공고였고, 하는 일에 비해 급여가 센 것도 아니었으며(글자당 10원이라고 했음), 내가 이전에 하던 일들과 비슷한 맥락의 일이었기에 사기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다.
그저 내가 하던 일과 비슷해서 그런 일을 다시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에 기뻤을 뿐......
그 자식이 나한테 카톡으로 사업자등록증도 보내줬었는데, 사업자등록번호를 조회해 보니 '부가가치세 면세사업자'라고 뜨고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었다. 다만 사업장 주소가 일반 가정집 주소였고(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빌라였음), 대표가 나이가 많이 어려서(98년생), 살짝 의문이 들긴 했었다. 그래도 사업자등록을 할 때 본인 집주소로 하는 경우가 많고, '나이도 어린 친구가 능력 있네' 하는 이런 안일한 생각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나고 보니 왜 그랬을까 너무 후회되고, 경솔한 나 자신이 너무 밉다.....)
그리고 그 자식이 사업자등록증과 함께 프리랜서 계약서를 보내주면서 나한테 계약서 작성하고 신분증 사본과 함께 회신을 달라고 했다. 지나고 보니 참 교묘하다는 생각이 드는 게, 의심할까봐 사업자등록증을 먼저 보내주고, 그냥 신분증 사본을 달라고 하면 의심할 거 같으니까 '계약서를 작성해서' 신분증과 같이 보내달라고 한 점이 참 교묘하다 싶다.

아무튼 통화하면서 업무에 대해 쭉 설명해 줬는데, 자기네 회사가 도서를 대필하는 곳이다 보니 보안이 중요해서 개인 PC로 작업할 수는 없고, 자기네 회사에서 지급하는 태블릿으로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보안 때문에 태블릿에 와이파이를 연결해서 쓸 수는 없고 데이터를 켜서 써야 하는데, 그럴려면 내 명의로 핸드폰 번호를 3개 개통해서 써야 한다고 했다(작가들마다 녹음 파일을 보내주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작업자의 안정적인 업무량 확보를 위해서 작업자마다 3명의 작가를 매칭해 준다고 했다. 그래서 태블릿이 3개가 필요하다고...).
그런데 그 자식이 처음부터 내 명의로 핸드폰 번호를 개통해야 된다고 말한 게 아니라, 나한테 작업할 태블릿을 보내주기 전에 '업무 등록'을 먼저 해야 한다고 말을 했다. 나랑 계속 통화하면서 업무에 대한 설명과 태블릿을 사용할 때 필요한 절차 어쩌고 하면서 지금 본인이 등록을 할 테니 인증번호가 전송되면 그 번호를 불러주면 된다 뭐 그런 식으로 말했던 것 같다. '작업자님 명의로 핸드폰을 개통해야 한다' 이렇게 말했으면 엥?? 하고서 이상한 낌새를 느꼈을 텐데... 아무튼 그래서 나는 홀린 듯이 그 자식한테 인증번호가 오는 대로 따박따박 다 불러줬고, 그렇게 내 명의로 휴대폰 3개가 개통되었다.

여기까지 하고 나서 그 자식은 이제 보안팀에 요청해서 태블릿에 보안 작업을 하고 나면 태블릿이 나한테 발송될 거라고 했고, 내가 실제로 태블릿을 받기까지는 일주일 정도? 소요될 거라고 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태블릿이 오기는 커녕 배송 문자도 오지 않아서 그 자식한테 카톡으로 연락을 했다. 혹시 태블릿을 발송할 때 나한테 따로 연락을 주냐고 물어봤더니, 보안팀에서 태블릿 발송할 때 송장을 문자로 보내줄 거고, 그 문자를 받고 나면 다음날쯤에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4일 후, 여전히 아무런 연락이 없어서 다시 카톡을 보냈는데, 카톡을 보내고 나니까 갑자기 프로필 사진이 다 지워져 있는 거다(원래는 프사가 명함이었음). 느낌이 쎄해서 바로 전화를 걸었더니, 분명 나랑 통화했던 번호인데 없는 번호라고 하는 거다.. 그래서 부랴부랴 개통 연락이 왔던 통신사 세 군데에 전화해서 요금 조회하고 해지하고, 전체 통장 조회해 보고, 정신없이 이것저것 처리한 후에 그 다음날 경찰서에 다녀왔다.
경찰서에 갔더니 담당 수사관이 배정되어야 수사가 시작될 수 있다고 해서, 일단 진정서만 써서 접수하고 왔다. 그리고 이틀인가 3일 뒤에 수사관한테서 연락이 왔다. 경찰서 출석 일정 조율을 해야 한다면서..
근데 진정서 쓰기 전에 형사과인가 거기에 가서 먼저 상담을 받았는데, 그 사람 본연의 말투랑 표정이 그런 건진 모르겠으나 뭔가 나를 되게 한심하게 여기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았다....ㅋ 그래 뭐,, 나도 당하고 나서 다시 상황을 복기해 보니 멍청해도 이런 멍청한 짓이 없고 그렇긴 하다만,, 그저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려고, 그래도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건데 참...... 안 그래도 씁쓸한 마음이 더 씁쓸해졌다.
(+ 추가)
이후에 혹시 나랑 비슷한 사례가 있을까 해서 검색해 보니, 같은 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나랑 똑같이 당한 분이 쓰신 글이 있었다. 올해 초에 쓰신 글인데, 거기에 바로 며칠 전까지 비슷한 사기를 당한 분들이 댓글을 달아둔 걸 보면 이런 사기 수법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것 같다.
그 글을 쓰신 분은 녹취록 타이핑 업무라고 설명 들었다는데, 그것만 빼면 모든 게 나랑 똑같다. 휴대폰 3대가 개통됐고, 해외 로밍 요금이 19만 원이 나왔고, 등등...
그 글에 달린 댓글을 쭉 읽어 보니, 대충 이 놈이 어떤 식으로 사기를 치는지 감이 잡히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 명의로 휴대폰 3대를 개통해서 한 대는 해외 로밍용으로 쓰고, 한 대는 구직자들한테 연락할 용도로 쓰고, 나머지 한 대는 사업자등록증을 만들 용도로 쓰고.. 대충 이런 식으로 해서 휴대폰 번호랑 사업자등록증을 계속 바꿔가며 사기를 치는 것 같다. 도대체 사업자등록을 몇 개나 하는 거냐....ㅡㅡ
진짜 더 이상은 이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길 바라며...
사기친 놈은 부디 본인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눈앞에서 처절하게 잃게 되기를, 고칠 수 없는 병에 걸려 매일매일 고통을 겪으면서 오~~래오래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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